1970년대 초 도시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철거민 문제를 다룬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은 한국문학사 최고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78년 출간된 이후 현재까지 200쇄 넘게 찍은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하지만 1980년대 군사정권 치하에서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당시 검열 당국은 ‘폭력’이라는 단어 하나만 나와도 “불온” 딱지를 붙였다.
또한 주인공 이름 영희라는 말조차 못 쓰게 했다고 한다.
심지어 작가 자신조차도 작중 인물명을 부를 때면 언제나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조치 덕분에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해질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난쏘공은 조세희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무려 13년 동안 집필했으며 원고지 1만 2천여 장 분량에 달한다.
제목 그대로 난쟁이 가족 이야기를 통해 산업화 시대 소외된 빈민층의 아픔을 그려낸 수작이다.
총 12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편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같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공통점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아버지 영수는 공장 굴뚝 위에서 자살했고 어머니는 병들어 죽었다.
큰아들 윤호는 노동운동을 하다가 잡혀갔고 둘째 아들 영호는 투기업자에게 속아 아파트 입주권을 빼앗겼다.
막내딸 영희는 식모살이를 전전하다가 끝내 정신병원에 갇혔다.
이렇게 암울한 현실 속에서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유일하게 긍정적인 존재라면 집 나간 지 이십 년 만에 돌아온 딸 영희뿐이다.
그녀는 말한다.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